투기꾼들 돌려치기한 아파트 막차태워 시집보내기.상투잡은 호구

는 서러움에 꺼이꺼이 운다.
아리수에 풍덩 이라니…아리수도 차갑다…
 
“투기세력들이 ‘돌려치기’한 물건을 ‘막차 태워 시집보내기’ 하는 사례가 많으니 국민 여러분은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2007년 4월 15일 인천 송도의 오피스텔 ‘더 프라우’ 청약자들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정상곤 당시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이 대책 발표 와중에 했던 말이다. 오피스텔 ‘더 프라우’가 청약 마지막 날인 4월 5일 청약률이 무려 5000 대 1에 이르자 정 국장은 이날 강력한 대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투기를 꺾겠다는 정부 의지를 다시 한 번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날 발표에서 우리는 당시 노무현 정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집권 내내 부동산 투기와의 싸움을 벌여왔던 노 정부였다. 정부는, 부동산에 관해서 만큼은, 수도권 한 오피스텔 분양 신청자들에게조차 세무조사라는 ‘큰칼’을 들이댈 만큼 예민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날 정 국장은 “‘더 프라우’ 열풍이 차츰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던 부동산 시장의 투기 심리를 다시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봐 특별 대책 마련에 나섰다”며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국세청 발표 중 정작 중요한 의미는 다른 데 있을 지도 모른다. ‘돌려치기’와 ‘막차 태워 시집보내기’ 등 당시 일부 부동산 업계에서만 나돌던 비밀스러운 ‘은어(隱語)’가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다는 점이다. 당시 한 언론은 부동산 관계자들도 잘 모르더라며 이 ‘은어’가 업계에서도 꽤 새로운 것이었음을 알려준다. 이는 이날 국세청 발표가 ‘한국 부동산 투기의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사건’으로 취급돼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 국장이 말한 ‘돌려치기’란 다수의 부동산 업자와 투기꾼들이 분양권을 서로 반복적으로 사고팔면서 값을 올리는 행위요, ‘막차 태워 시집보내기’는 ‘돌려치기’를 통해 값을 올린 분양권을 마지막으로 실수요자에게 팔아넘기는 행위를 말한다. ‘돌려치기한 분양권’에는 잔뜩 거품이 끼어 있고, 당연히, 이 거품은 언젠가 꺼지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업자와 투기꾼들은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실수요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떠안게 된다.
‘돌려치기’는 본래 씨름판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 씨름판에서 ‘상대를 계속 돌리다 넘어뜨리는 기술’을 가리키는데, 부동산이 아닌 금융 영역에서 탈ㆍ불법의 의미를 갖는 은어로 자리 잡은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어음의 대외 공신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경영 상태가 젛지 않은 회사들(물론 일반인은 잘 모른다)끼리 서로 배서를 해 주는 ‘어음 돌려치기’는 이미 1982년 ‘장영자 어음사기사건’에서 중요한 사기행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의 ‘돌려치기’ 기원을, 유사점이 있다 해도, 금융시장 내 ‘어음 돌려치기’에서만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부동산업계에도 그와 유사한 사기 방식 및 관련 은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데두리치기’라는 것으로, ‘부동산 매도자가 팔아달라는 값에 중개사가 일정액을 임의로 얹어 매수자에게 팔아넘기고 그 차액을 가로채는 불법ㆍ사기 행각’을 가리킨다. 이 용어는 유하감독의 ‘거리 3부작’ 중 완결 편으로 알려진 2014년 영화 <강남, 1970>을 통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 말, ‘데두리치기’의 기원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추정은 가능하다. 추측컨대, 이 말은 ‘세금 등을 제외한 실수입’의 의미를 갖는 일본어 ‘데도리(手取り)’와 ‘계산에 넣다’라는 순 우리말 ‘치기’를 조합한 단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실제 매매가 외에 다른 실수입을 계산에 넣기’라는 의미가 된다. ‘데두리치기’가 부동산 투기의 발전 과정에서 ‘돌려치기’로 진화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근거다.
돌려치기, 데두리치기, 막차 태워 시집보내기. 어렵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통용되는 은어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어느 업계에나 끼리끼리만 알고 통하는 단어는 있다지만 부동산 업계는 남다른 데가 있다. 은어의 수도 많을 뿐 아니라 다른 업계에 비해 훨씬 은밀하고 교묘하다. 떴다방, 알박기, 기획부동산, 지분쪼개기, 상황걸기, 깔세, 바지계약, 뚜껑닫기, 똠방…. 부동산 업계에서만 통용되는 수많은 은어에서 우리는 그 업계의 특수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왤까? 왜 부동산 업계에는 이처럼 난해한 은어들이 많은 것일까? 궁금한 게 많지만 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의 역사를 잘 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사는 보통 1970년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더 됐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의 첫 정부정책인 ‘부동산투기 억제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 연도가 1967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바로 알 수 있다. 이 법의 핵심은, 서울 등 부동산 과열 우려 지역의 부동산을 양도할 때에는 그 차액의 50%를 세금으로 거둔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양도세’란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당시 이 세금에는 ‘부동산 투기 억제세’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 법의 제정 배경을 보자. 거기에는 1966~67년 있었던 국토 개발과 관련된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1966년 1월 19일의 일로, 강남과 강북을 잇는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가 착공됐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67년 4월 29일 박정희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건’으로 강남 땅값이 급등했고 온갖 투기꾼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특별조치법’은 이를 배경으로 제정됐던 것이다.
이 ‘특별조치법’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투기세력과 정부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의 서막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때로는 지루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진행되며 지금에 이른다. 한때 부동산 투기는 ‘망국병(亡國病)’으로까지 취급됐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게 부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라 경제 및 서민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문재인 정부는 ‘10년 적폐(積弊)’를 말한다. 이 표현을 빗댄다면 부동산 투기는 반세기 역사를 갖는 ‘50년 적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이 긴 세월 동안 투기꾼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라는 강력한 적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도 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투기꾼들이 매우 효과적인 ‘전략’을 창안한 덕이다. 국가정책ㆍ법ㆍ제도 등에서 빈틈을 찾아내고 그 빈틈을 헤집고 들어갈 수 있는 ‘무기’를 제조해 내는, 이른바 ‘빈틈 찾기 전략’이 그것이다. 이 ‘전략’의 중요한 특성은, 제조된 ‘무기’들이 생물학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그들은 늘 정부정책의 빈틈을 찾아 정책이 만들어 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려는 특성을 갖는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오히려 단순한 측면이 있다. 투기 세력의 탈ㆍ불법 행위를 응징하는 동시에 그들로 인해 드러난 자신의 빈틈을 메우는데 치우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업계는 또 하나의 생존전략을 갖추게 된다. 자신들의 ‘무기’ 즉 새로운 투기수단에 남이 알아들을 수 없는 교묘하고 은밀한 ‘이름(은어)’을 붙여 이 ‘무기’를 은폐ㆍ엄폐시킨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은어’는 투기세력의 ‘무기’ 즉 ‘투기수단’을 감주고 이로써 정부의 ‘응징’을 피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된 ‘부동산 자전거래’ 역시 투기꾼들의 이 같은 ‘전략’의 소산이다. ①투기세력들은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만들어낸 새 제도의 ‘빈틈’을 찾았고 ②그 빈틈을 헤집고 들어가는 ‘무기’를 개발했으며 ③그것에 ‘자전거래’라는 교묘하고 은밀한 ‘이름’을 붙여 남의 눈을 속였던 것이다.
무슨 말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정부는 2006년 1월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부동산 실거래가 공시 제도’를 전격 도입했는데, ②이 제도에는 중요한 ‘빈틈’, 즉 시세보다 높은 가격의 매매 계약 후 이 거래가격을 신고한 뒤 계약을 취소해도 높은 가격으로 신고한 실거래가는 여전히 시스템에 남아 있다는 ‘빈틈’이 있었으며 ③투기꾼들은 이 ‘빈틈’을 노려 새로운 투기 수단을 창안해 냈고 ④거기에 자신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자전거래’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부동산 자전거래’의 기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부동산 자체의 불법ㆍ사기행각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또 하나는 불법 주식 거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동산 자전거래’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①투기꾼 및 중개업자가 짜고 ②부동산 가격을 올리기 위해 ③시세보다 높은 가격의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작성해 신고 후 폐기하는 과정을 거쳐 ④자기만의 이익을 취한 뒤 ⑤그 피해를 실수요자에게 떠넘긴다는 측면에서 ‘데두리치기’나 ‘돌려치기’의 변형 또는 진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방식은,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주식 자전거래’에서 또 다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주식 자전거래’는 ‘분양권 돌려치기’와 매우 비슷하다. 주가를 띠우려는 작전 세력 다수가 서로 주식을 사고팔면서 허위로 주가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그 ‘거품’을 개미들에게 떠넘긴다는 점이 그렇다.
주식시장에서의 ‘자전거래’는, 우리의 전통놀이인 ‘오재미놀이’에 비유해 ‘오재미거래’라는 말로도 통용된다. ‘오재미놀이’란 콩 등 각종 곡식이 들어 있는 작은 천주머니(오재미)를 같은 편끼리 주고받다가 기회를 봐서 다른 팀의 사람을 맞추는 놀이다. 확실히 ‘주식자전거래’ 및 ‘분양권 돌려치기’와 매우 비슷한 특성을 갖는다.
그 기원이야 어쨌든 간에 부동산 자전거래의 폐해는 심각할 수 있다. 허위로 올라간 가격이 실제 가격이 되고,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인상이 인근 또는 다른 주요 지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피해를 떠안는 실수요자가 급속하게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자전거래와 그로 인한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이 전국 부동산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
최근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 4구의 집값 상승에 이상 기류를 파악한 정부가 부동산 자전거래에 대한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금리인상, 세금인상, 대출규제, 공급과잉 등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다양한 요인이 있음에도 강남 4구 집값이 이상하게 급등하는 배경 중 하나로 이 자전거래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부동산 자전거래를 조사해 달라는 시민들의 청와대 청원도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이 같은 자전거래를 두고 투기세력과 그와 관련된 부동산 중개업자만 나무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의 이 같은 ‘빈틈’이 알려진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실시 2~3년 뒤 이미 실거래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었다. 이 같은 시스템의 문제를 방치한 채 10년 가까이를 보냈다는 것은 정부의 게으름과 무심함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정부는 ‘부동산 자전거래’ 및 이와 관련된 투기꾼들과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각종 불법행위에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투기꾼의 ‘돌려치기’에 정부가 ‘되치기’를 시도하는 양상이다. 이는 또한 부동산 투기꾼과 정부와의 ‘50년 전쟁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전쟁의 결과? 알 수 없다. 정부가 승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에는 늘 ‘빈틈’이 있기 마련이고 투기꾼은 어떻게든 그 ‘빈틈’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주의 사항
예전에는 ‘돌려치기’한 분양권을 마지막으로 실수요자에게 팔아넘기는 것을 ‘막차 태워 시집보내기’라 불렀다. 사기수법에 붙인 ‘나쁜 이름’이지만 10년 전 옛날이라 그런지 뭔가 ‘낭만’이 있어 보인다. 요즘 이런 ‘낭만’은 없다. 호구. ‘분양권’ 대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자전거래’로 값이 부풀려진 물건을 사는 ‘실수요자’를 일컫는 ‘이름’이다. 간단하고 명료하고 노골적이다.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 것 같다. 국민 여러분 요즘 ‘아파트 자전거래’로 ‘호구’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논설위원ㆍ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